채권 ETF로 포트폴리오 변동성 줄이기
채권 ETF로 포트폴리오 변동성 줄이기
주식 투자를 몇 년 하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순간이 온다. 장기투자가 맞다는 건 머리로 아는데, 계좌가 한 달 사이에 몇백만원씩 빠지는 걸 보고 있으면 손이 매도 버튼 근처로 간다.
나는 이게 투자 실력보다 포트폴리오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버틸 수 있는 만큼만 흔들리게 만들어두면, 굳이 의지력으로 버틸 필요가 없다. 그 역할을 해주는 게 채권이다.
다만 채권이 만능은 아니다. 최근 10년 실제 데이터로 계산해보니, 채권은 분명 흔들림을 줄여줬지만 그 대가도 있었고, 기대만큼 지켜주지 못한 해도 있었다.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같이 보는 게 이번 글의 목적이다.
채권은 왜 주식과 다르게 움직일까
채권은 정해진 이자를 받고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는 구조라, 주식보다 가격 변화가 훨씬 작다. 그리고 경기가 나빠져서 주가가 빠질 때는 보통 금리가 내려가는데, 금리가 내려가면 기존 채권의 가격은 오른다. 주식이 아플 때 채권이 버텨주는 이유다.
채권 ETF는 이런 채권 여러 개를 한 바구니에 담은 상품이다. 개별 채권을 직접 사지 않아도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다.
최근 10년, 주식과 채권은 이렇게 움직였다
S&P 500과 미국 종합채권 ETF인 AGG의 연도별 총수익률을 나란히 놓아봤다.
[그래프 1: c26-1-annual-stock-bond.png]

대체 텍스트(alt): 2016년부터 2025년까지 S&P 500과 미국 종합채권 ETF AGG의 연도별 총수익률 비교
AGG의 연간 총수익률은 2016년 2.41%, 2017년 3.55%, 2018년 0.10%, 2019년 8.46%, 2020년 7.48%, 2021년 -1.77%, 2022년 -13.02%, 2023년 5.65%, 2024년 1.31%, 2025년 7.19%였다. Yahoo Finance
주식이 4% 넘게 빠졌던 2018년, 채권은 거의 제자리를 지켰다. 이게 우리가 채권에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2022년은 다르다. 주식이 18% 빠지는 동안 채권도 13% 빠졌다. 물가가 급하게 오르면서 금리가 빠르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내려간다. 주식과 채권이 같은 이유로 함께 무너진 드문 해였다.
비율을 바꾸면 10년 결과는 어떻게 달라질까
이제 실제 수익률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봤다. 2016년 초에 1,000만원을 넣고, 매년 초 정해둔 주식·채권 비율로 다시 맞추는(리밸런싱) 방식이다.
[그래프 2: c26-2-cumulative.png]

대체 텍스트(alt):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주식 100%, 주식 80 채권 20, 주식 60 채권 40, 채권 100% 포트폴리오의 1,000만원 평가금액 변화
주식 100%는 10년 뒤 약 3,983만원이 됐다. 주식 80 : 채권 20은 약 3,200만원, 주식 60 : 채권 40은 약 2,548만원이다. 채권 100%는 약 1,213만원에 그쳤다.
숫자만 보면 채권을 섞을수록 손해를 본 셈이다. 솔직히 이 기간은 미국 주식이 유난히 좋았던 시기라 더 그렇다. 그래서 “그럼 채권은 왜 넣냐”는 질문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답은 다음 그래프에 있다.
채권이 사주는 건 수익률이 아니라 안정감이다
각 포트폴리오의 연평균 수익률과, 해마다 수익률이 얼마나 들쭉날쭉했는지(변동성)를 같이 놓아봤다.
[그래프 3: c26-3-risk-return.png]

대체 텍스트(alt):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주식과 채권 비율별 포트폴리오의 연평균 수익률과 변동성 비교 산점도
주식 100%는 연평균 약 14.8%를 벌었지만 변동성도 15.7%로 가장 컸다. 주식 60 : 채권 40은 수익률이 약 9.8%로 내려가는 대신 변동성도 11.4%로 줄었다. 채권 비중을 늘릴수록 점들이 왼쪽 아래로 내려간다. 덜 벌고, 덜 흔들린다.
여기서 중요한 건 변동성 숫자 자체보다 내가 그걸 견딜 수 있느냐다. 연 15% 수익을 기대하고 들어갔다가 한 해에 18%가 빠지는 걸 보고 팔아버리면, 그 사람의 실제 수익률은 15%가 아니다. 10%를 벌더라도 끝까지 들고 가는 쪽이 결과적으로 더 많이 버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하락한 해에는 얼마나 덜 빠졌을까
채권의 진가는 나쁜 해에 드러난다. 주식이 빠졌던 두 해를 따로 봤다.
[그래프 4: c26-4-down-years.png]

대체 텍스트(alt): 2018년과 2022년, 10년 중 최악의 해 기준 주식 100%, 주식 80 채권 20, 주식 60 채권 40 포트폴리오의 손실 비교
2018년에 주식 100%는 4.4% 빠졌는데, 주식 60 : 채권 40은 2.6%만 빠졌다. 손실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2022년에는 주식 100%가 18.1%, 60 : 40이 16.1% 빠져서 차이가 2%포인트에 그쳤다. 채권도 같이 빠졌기 때문이다.
나도 2022년에 채권 비중을 갖고 있었는데, 처음엔 솔직히 좀 배신감이 들었다. 주식이 빠질 때 버텨주라고 넣어둔 건데 같이 빠지니까. 그런데 그때 배운 게 있다. 채권은 경기 침체에는 강하지만 물가와 금리가 급하게 오르는 상황에는 약하다는 것. 채권이 어떤 위험을 막아주고 어떤 위험은 못 막는지 알고 나니,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잡을 수 있었다.
✍️ [경험담 자리] 실제로 채권 ETF를 보유하고 있는지, 2022년 같은 시기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 2~3문장으로 적어주세요. 위 내용이 실제와 다르면 수정해 주세요.
그리고 2022년 이후 상황이 달라진 점도 있다. 금리가 올라간 덕분에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AGG의 연간 분배 수익률은 2021년 1.7%에서 2025년 4.1% 수준으로 올라갔다. 저금리 시절에는 채권이 “안전하지만 거의 안 버는 자산”이었다면, 지금은 이자만으로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자산이 됐다. chartrow
채권 ETF를 고를 때 꼭 봐야 할 숫자, 듀레이션
채권 ETF마다 금리 변화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다. 이걸 보여주는 숫자가 듀레이션이다. 대략 “금리가 1%포인트 움직이면 가격이 몇 % 움직이는지”로 이해하면 된다.
[그래프 5: c26-5-duration.png]

대체 텍스트(alt): 듀레이션 2년, 6년, 17년 채권 ETF의 금리 1%p 상승과 하락 시 가격 변화 비교
듀레이션 2년 정도인 단기채 ETF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격이 약 2% 빠진다. 종합채권 수준인 6년이면 약 6%, 장기채 ETF처럼 17년이면 약 17%가 빠진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그만큼 오른다.
장기채는 경기 침체로 금리가 크게 내릴 때 주식 하락을 확실하게 상쇄해주지만,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주식만큼 크게 빠질 수 있다. 단기채는 크게 오르지도 빠지지도 않아서 현금에 가까운 역할을 한다. 변동성을 줄이는 게 목적이라면 중기채나 종합채권 ETF가 무난한 출발점이다.
국내에서 채권 ETF는 어떻게 담을까
국내 증권사에서는 한국 국고채, 미국 국채, 종합채권을 따라가는 다양한 채권 ETF를 원화로 살 수 있다. 미국채 ETF는 환헤지(H) 상품과 환노출 상품이 따로 있는데, 앞선 글에서 다뤘듯 환노출 미국채는 위기 때 달러 강세까지 더해져 완충 효과가 커질 수 있다.
계좌는 연금저축과 IRP가 잘 맞는다. 특히 IRP는 일정 비율 이상을 안전자산에 담아야 하는데, 채권 ETF가 그 역할을 해준다. 연금처럼 수십 년을 보는 계좌일수록 리밸런싱을 꾸준히 하기 좋아서, 주식과 채권을 섞는 전략과 궁합이 잘 맞는다.
비율은 정답이 없다. 다만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기준은 “한 해에 이 정도 빠지면 팔고 싶어지겠다” 싶은 숫자를 먼저 정하는 것이다. 위 데이터로 보면 10년 중 최악의 해에 주식 100%는 18%, 60 : 40은 16% 정도 빠졌다. 2008년 같은 금융위기 때는 이보다 훨씬 크게 빠졌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두면 좋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1억 모으는 단계에서도 채권을 섞어야 하나요?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시간이 길고 하락을 견딜 수 있다면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도 된다. 다만 하락장에서 적립을 멈추거나 팔아버릴 것 같다면, 채권을 20% 정도 섞어서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결과적으로 나을 수 있다.
Q. 리밸런싱은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요?
1년에 한 번, 또는 비율이 정해둔 기준에서 5%포인트 이상 벌어졌을 때 하는 방식이 많이 쓰인다. 너무 자주 하면 매매 비용과 세금이 늘어난다. 절세 계좌 안에서 하면 세금 부담 없이 조정할 수 있다.
Q. 채권 ETF도 손실이 날 수 있나요?
날 수 있다. 2022년처럼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채권 ETF도 두 자릿수 손실이 날 수 있다. 특히 장기채는 변동성이 꽤 크다. 채권이라서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마치며
지난 10년 데이터만 보면 채권은 수익률을 깎아먹은 자산이다. 그런데 그 10년 동안 하락장에서 한 번도 팔지 않고 버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채권은 수익률을 높여주는 자산이 아니라, 내가 끝까지 투자를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자산이다.
내가 견딜 수 있는 흔들림의 크기를 먼저 정하고, 그만큼만 채권을 섞자. 다음 글에서는 주식, 채권과 함께 자주 거론되는 금 ETF를 포트폴리오에 넣어야 할지 정리해볼 생각이다.
투자 유의사항
이 글은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투자자문이 아니라 자산배분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본문의 수익률은 달러 기준 과거 데이터이며 환율, 세금, 보수, 리밸런싱 비용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과거 수익률이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으며, 채권 ETF도 금리 변동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계산 방법 및 참고자료
계산 방법
포트폴리오 결과는 필자가 직접 계산했습니다. S&P 500 연간 총수익률과 AGG 연간 총수익률을 각 비율로 가중 평균해 연간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구했고, 매년 초 정해진 비율로 재조정한다고 가정했습니다. 연평균 수익률은 10년 누적 결과의 연복리 환산값이며, 변동성은 10개 연간 수익률의 표본 표준편차입니다. 듀레이션에 따른 가격 변화는 “가격 변화 ≈ -듀레이션 × 금리 변화”로 단순 근사했으며 이자 수입은 제외했습니다.
수익률 자료
- Yahoo Finance, 「iShares Core U.S. Aggregate Bond ETF (AGG) Performance」
2016~2025년 AGG 연간 총수익률을 사용했습니다.
https://finance.yahoo.com/quote/AGG/performance/ - Slickcharts, 「S&P 500 Return Details」
2016~2025년 S&P 500 연간 총수익률(배당 재투자, 달러 기준)을 사용했습니다.
https://www.slickcharts.com/sp500/returns/details - ChartRow, 「US Bond Market Returns by Year」
AGG의 연도별 분배 수익률 변화를 참고했습니다.
https://chartrow.com/bonds/returns
지수 및 상품 자료
- Bloomberg US Aggregate Bond Index
AGG가 추종하는 미국 투자등급 채권 종합지수입니다. 미국 국채, 회사채, 주택저당증권 등으로 구성됩니다. - 각 자산운용사 채권 ETF 투자설명서
국내 상장 채권 ETF의 기초지수, 듀레이션, 환헤지 여부, 보수·비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dis.kofia.or.kr)
채권 ETF의 보수·비용과 분배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2026년 10월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금리와 채권 시장 상황은 계속 변하므로 투자 전에는 최신 상품 정보와 공식 자료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작성자 소개
개인투자자 · 주식투자 경력 10년
10년간 국내외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며 상승장과 하락장을 경험해 왔습니다. 단기 종목 추천이나 높은 수익률보다 장기투자, 분산투자, 꾸준한 시드머니 형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실제 투자 경험과 공식자료를 바탕으로 직장인이 활용하기 쉬운 재테크 정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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